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커피, 코코아, 바나나, 소고기 등 핵심 농산물에 부과해온 고율 관세를 대폭 완화하면서 미국 물가와 글로벌 농산물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이번 조치가 식료품 물가, CPI, 나아가 농축산업과 투자 전략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리해봅니다.
트럼프 관세 완화 발표 배경과 정치적 계산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커피·코코아·바나나·소고기를 포함한 주요 농산물에 부과하던 고율 관세를 크게 인하하거나 면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이를 “미국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조처”라고 강조하며, 고공행진 중인 식료품 물가에 대한 대응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소고기·커피·코코아, 품목별 수급과 가격 충격
소고기는 이번 관세 인하의 최대 수혜 품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은 지난 1년간 브라질, 호주, 뉴질랜드, 우루과이 등 주요 공급국에 고율 관세를 적용해 왔으며, 특히 브라질산 소고기에는 실효 관세율이 75%를 넘어서면서 수입량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수입이 막힌 사이 미국 내 사육두수는 가뭄, 사료비 상승, 비료·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생산비 증가가 겹치며 약 75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공급 부족과 비용 상승의 이중 압력 속에서 BLS(미 노동부 통계국)에 따르면 9월 기준 소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12~18% 급등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관세 변동과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쿼터 확대 등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 투자와 증축 결정을 가로막아 공급을 더 제약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관세 인하는 이러한 제약을 일부 풀어주는 효과를 기대하게 하지만, 사육두수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간 가격 급락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커피 역시 관세와 글로벌 공급난이 겹치며 미국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 미국의 분쇄·로스트 커피 가격은 7월 기준 파운드당 8.4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 전년 대비 33%나 올랐습니다. 미국 커피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브라질산 원두에 50% 관세가 적용되면서, 로스팅·유통·소매 단계까지 비용 상승이 연쇄적으로 전가되었습니다. 베트남·콜롬비아 등 다른 주요 생산국 역시 관세 대상에 포함돼 대체 수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은 커피를 사실상 생산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를 피해 국내 생산으로 전환하는 선택지도 없었습니다. 8월 커피 가격은 전년 대비 약 21% 상승해 1990년대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고, 글로벌 커피 가격도 올해 2월 50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한 바 있습니다. 관세가 완화되면 수입단가 부담은 분명 줄어들겠지만, 기상 이변과 작황 악화 등 공급 측면 리스크가 여전해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코코아 시장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5,300달러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뛰어올랐습니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작황 부진이 3년 연속 이어지며 글로벌 공급이 크게 흔들렸고, 여기에 관세까지 더해지면서 초콜릿과 스낵 제조기업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허쉬는 올해 관세만으로도 1억6000만~1억70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서카나에 따르면 최근 핼러윈 시즌 미국 소매 초콜릿 가격은 전년보다 약 30%나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코코아 관세 인하는 제조단가를 낮추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지만, 작황 불안과 원재료 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된 상황에서 소매 가격이 빠르게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 품목 | 관세 정책 변화 | 최근 가격 흐름 | 기대 효과 |
|---|---|---|---|
| 소고기 | 브라질 등 고율 관세 완화 | 전년 대비 12~18% 상승 | 수입 재개로 중장기 가격 압력 완화 |
| 커피 | 브라질·베트남·콜롬비아 관세 인하 | 파운드당 8.41달러, 33% 급등 | 로스팅·소매단가 일부 조정 기대 |
| 코코아 | 관세 완화로 수입 비용 절감 | 팬데믹 이전 대비 2배 이상 | 제조업체 마진 회복·가격 인상 압력 완화 |
미국 CPI와 소비자 부담, 얼마나 완화될까?
이번 관세 완화는 수입단가와 제조원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관세는 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변수 중 하나일 뿐이며, 기상 악화로 인한 작황 부진,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 환율 변동 등 다른 요인들이 여전히 통제 밖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즉, 관세 인하가 곧장 매장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보다는 “추가 인상 압력을 억제하고, 향후 점진적 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안전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 완화에 나섰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고, 중저소득층 중심의 불만을 일정 부분 달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유권자들은 이미 수년간 누적된 인플레이션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식료품 가격이 실제로 내려가는 경험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시장·투자 관점 시사점
투자자의 시각에서 이번 관세 완화는 농산물 관련 기업과 식품·스낵·외식 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수입 농산물을 사용하는 가공·유통업체는 원가 압력이 다소 줄어들면서 마진 방어 여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면 일부 미국 내 생산 농가와 축산업체는 가격 및 경쟁 측면에서 압박을 느낄 수 있어 보조금, 지원정책, 추가 규제 등 후속 정책 변수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커피·초콜릿·가공육 관련 글로벌 브랜드 기업들은 관세 인하분을 어느 정도 소비자 가격 인하에 반영할지, 혹은 마진 개선에 더 활용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브랜드 파워가 강한 기업일수록 가격을 크게 내리기보다는 “할인 프로모션 확대 + 소폭 인하” 방식으로 수요를 방어하면서 수익성을 챙기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번 조치는 “관세 리스크 완화에 따른 밸류에이션 재평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 관세 부담을 이미 가격에 충분히 전가해온 기업, 그리고 원재료 조달 비중이 큰 식품·외식 체인 등을 중심으로 실적 가이던스와 마진 전망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세 완화는 ‘물가 전쟁’의 첫 수술
트럼프 행정부의 농산물 관세 완화는 그동안 “관세는 소비자가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기조에서 한걸음 물러선 조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소고기·커피·코코아 등 일상 식탁을 책임지는 품목들의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지만, 구조적인 공급난과 누적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단번에 물가를 정상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미국 가계와 글로벌 농식품 시장에 ‘방향 전환’ 신호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투자자는 농산물 가격과 CPI 흐름, 그리고 식품·스낵·외식 기업들의 전략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물가·공급 사이클을 입체적으로 보는 시각이 향후 투자 성과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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